실화에요. 16세기 독일의 한 탄광촌에 마르가레테 폰 발데크(1533~1554)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날 아가씨의 엄마가 병으로 죽었어요. 아빠는 새엄마를 들였어요. 새엄마는 전처 소생 아가씨의 미모를 질투해 죽이려고 했어요. 아가씨는 눈치를 채고 몰래 가출해요. 집 나온 아가씨를 도운 존재들이 있으니 탄광촌의 난쟁이처럼 작은 어린 노동자들이었어요.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못들어가는 깊은 갱도까지 들어가 힙겹게 탄을 캐며 아가씨를 먹여 살렸어요.

 

복잡한 얘기 다 생략하고, 아가씨는 우연히 스페인의 펠레페 2세를 만나게 돼요. 아가씨의 미모에 반한 펠리페 2세는 청혼을 해요. 하지만 펠레페 2세의 아빠는 반대해요. 아들은 아빠 말을 안들으려 해요. 화가 난 아빠는 아가씨를 독살시켜 버려요. 향년 21세.

 

그림 형제는 이 실화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유럽, 독일의 민담과 비빔밥으로 섞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꾸며냈어요. ‘실제얘기+민담=백설공주 이야기’가 된거에요. 이 과정에서 실화 속 탄광 어린이들은 백설공주 속의 일곱 난쟁이로 바뀌어요.

 

아가씨 실제 암살자는 펠레페 2세의 아빠지만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에서는 계모가 그 역할을 맡아요. 계모의 정체는 마녀에요. 마녀는 허구헌날 거울을 들여다 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는 그 유명한 놀이를 즐겨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는 계모-마녀 역할을 할 그림힐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많이 알려져 있는 진부한 얘기에요. 그러니 이제 좀 흥미로운 <백설공주> 감상을 해보기로 해요. 심리학자들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가장 재밌는 캐릭터로 마녀를 꼽아요. 그러면서 나르시시즘, 자기애, 질투, 허영 따위의 말들을 구사해요. 뭐 이 정도 분석이야 우리한테도 껌 수준이에요. 근데 어떤 심리학자들은 좀더 들어가요. 그들은 노화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젊음에 대한 광적인 부러움(질투가 아니라 부러움이래요)을 얘기해요. 공포와 부러움이 도를 넘으면 이상한 짓을 하게 된대요. 정신병이 된대요. 예를 들면 사람들 눈을 피해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같은 이상한 짓을 한다는 거에요.

 

이쯤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박근혜를 떠올리게 돼요. 의문의 7시간을 떠올리게 돼요. 박근혜는 그 7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을까요. 당사자가 밝히질 않으니 세상은 보톡스, 올림머리, 태반주사, 백옥주사, 프로포폴 어쩌구 추측을 해요. 중앙일보 ‘대통령의 하룻밤’이란 글을 보면 박근혜는 영국 방문 때 “거울에 나만 보이도록 장막을 설치할 것” 등의 이상한 요구도 했대요. 이런 얘기가 자꾸 들려오니 사람들이 “이게 나라냐!”고 부르짖는 거에요.

 

만약에 박근혜가 노화에 대한 공포, 젊음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그날 그 시간에 이상한 짓을 했다면 정말 슬퍼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누구도 노화는 막을 수 없어요. 박근혜가 이럴 줄 알고 서유석도 수십년 전부터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라고 노래했어요. 박근혜도 결국 어느날 거울 속의 늙은 얼굴을 보고 젊음을 포기하는 날이 올거에요. 그때 박근혜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중얼거릴지도 몰라요.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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