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과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 유족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수사와 압수수색은 누구보다 빠르게 앞장섰던 경찰이 이 사건만큼은 1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열사의 명예를 더럽힌 조선일보와 CCTV 유출자를 수사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건설노조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가 ‘건폭몰이’에 항의해 분신한 지 곧 1년이다. 하지만 건설노조 간부에의 ‘자살 방조 의혹’을 제기하고 분신 CCTV 장면을 불법 유출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유족은 수사 지연을 비판하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건설노조와 고 양회동씨 유족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수사와 압수수색은 누구보다 빠르게 앞장섰던 경찰이 이 사건은 1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조선일보와 CCTV 유출자를 수사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지난해 5월1일 윤석열 정부 ‘건폭몰이’의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춘천지검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달 16일 <건설 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분신 장면이 담긴 CCTV 장면을 공개하면서 ‘기획분신’ 의혹을 제기했다. 월간조선은 유서대필 의혹을 제기했다가 논란이 일고 허위임이 밝혀진 뒤 사과했다.

고 양회동씨의 아내 김선희씨는 “작년 5월1일 남편의 고통과 두려움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 후 조선일보는 남편의 그 사건을 눈으로 목격한 목격자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시간과 사건의 전말을 초단위로 기사화했다”고 말했다.

김선희씨는 “조선일보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을까? 경찰이나 검찰 도움 아니면 입수할 수 없는 영상이다.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미룬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김씨는 자살 방조 의혹 보도를 가리켜 “도대체 누구를 위해 어떠한 이익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남편이 속한 건설노조를 불법 폭력집단으로 낙인찍어 여론을 조성하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였느냐”고 물었다.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아내 김선희씨가 발언하고 있다. ⓒ건설노조

지난해 건설노조와 유족은 조선일보 기자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CCTV 유출자를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노조는 CCTV 원본 영상을 분석해 해당 보도에 나온 장면이 춘천지검 강릉지원 민원실 CCTV 영상이란 사실도 확인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유족은 지난해 8월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조선일보는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건설노조는 “변호인측이 두 차례 수사 촉구 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수사 핑계를 대면서 피하더니 정작 다른 수사자료 유출 사건이나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은 전광석화 같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의도적으로 양회동 지대장 관련 사건만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 유족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수사와 압수수색은 누구보다 빠르게 앞장섰던 경찰이 이 사건만큼은 1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열사의 명예를 더럽힌 조선일보와 CCTV 유출자를 수사해 처벌하라”고 밝혔다. ⓒ건설노조

이런 가운데 건설노조와 유족은 국가와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이번 주 안으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를, 조선일보 등에 명예와 인격권 등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경 내부자가 언론에 수사자료를 유포해 허위 사실을 적시하게 한 사건으로 중대한 비리가 관여된 사건이다. 또한 정부·여당이 ‘건폭몰이’ 중 발생한 자살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노동 혐오를 조장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종면 22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양회동 열사 사건 이후 우리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비겁하기 그지없다. 조선일보처럼 극악한 보도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며 “언론이 (건폭몰이의 부당함을) 외면하는 사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극악한 보도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당선자는 “분신을 방조했다는 기사는 1년째 버젓이 올라 있다. 부당함이 명백한 기사 하나 끌어내리지 못하는 언론이 무슨 사회의 공기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나”라고 비판했다.

* 이글은 2024년 04월 22일(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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