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시사 프로가 진행되는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

출근 시간대,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두 시간짜리 생방송 <데일리 토픽>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윤영화(하정우)의 인지도와 신뢰도는 독보적이다. 원래 마감 뉴스 앵커였던 그는 무슨 일 때문인지 텔레비전 보도국에서 밀려나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데... 심드렁한 태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세제 개편안에 대한 청취자 의견을 듣던 참, 괴전화를 받는다.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

장난이라 여긴 윤영화는 전화를 끊는다. 그러나 잠시 후, 창밖에서 들리는 폭발음. 마포대교가 끊겼다! 영화가 시작된 지 5분 55초, 이제 사건은 이어지는 한 시간 반 동안 실시간으로 전개된다.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야!”

동강난 마포대교를 바라보며 모두 넋이 나갔을 때, 윤영화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테러범과의 통화를 단독 생중계하자! 성공할 경우 텔레비전 앵커 자리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윤영화. 범인을 설득해 자수시키고, 국민 앞에 영웅이 될 일을 상상하며 득의만만하다. 그러나 그는 범인을 너무 얕잡아봤다.

이어폰에 폭탄이 설치된 걸 안 윤영화는 자신이 테러범의 인질이 됐음을 깨닫는다. 출세를 위해 시작한 단독 인터뷰는 이제 살기 위한 생존 게임이 된다.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사과하라”

30년 전 마포대교 확장 공사에서 사고로 숨졌으나 이렇다 할 사과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노동자 세 명에게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범인. 윤영화의 이어폰은 물론 스튜디오 곳곳에 폭탄을 설치해둔 그는 경찰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마다 발파 버튼을 누르며 상황을 쥐락펴락한다.

한편 경쟁 방송사는 와중에 윤영화의 비리를 폭로한다. 그가 정치권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으며 동료 기자인 아내가 몇 달씩 취재한 내용을 빼돌려 자신의 특종으로 만들었다는 것. ‘국민 앵커’ 윤영화는 한순간에 ‘기레기’로 전락한다.

이 작품은 내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닫힌 공간에서 찍는 영화는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으나, 연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십상이다. 치밀한 전략으로 일반 상업 영화의 절반에 불과한 한 달 반이라는 촬영 기간에, 그것도 데뷔작에서 이 정도로 꽉 찬 작품을 뽑아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인 스릴러 영화임에도 범인이 남긴 마지막 한 마디의 여운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당신 뉴스만 봤어.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 뉴스는 맨날 봤어요. 물어보면, 그냥 저 사람 말은 믿을 수 있대. 병신같이.”

평점 : IMDB(7.2, 왓챠(3.5/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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