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인하는 추세다. 바야흐로 민족사의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새로운 선진 세상에 들어서면서 우리 내부의 일부 치부를 혹시 남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가장 심각한 치부는 곪아 터진 언론의 환부다. K방역 K팝 K영화 K제품 등을 통해 온 겨레가 힘겹게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를 흉물스런 K저널리즘이 많이 갉아먹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아시아 최고인데 비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OECD 최하위권이다.

일부 적폐언론인들을 지칭하는‘기레기’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언론의 타락상을 극적으로 웅변한다. '도둑'이라는 낱말이 '놈'자와 잘 결합하듯이 '기자'에 '쓰레기'를 붙여도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다. 지난 10여년간 이 신종 감염병은 급속도로 확산되어 왔다. 우리는 바야흐로 '기레기병'의 팬데믹시대에 살고 있다.'위드 기레기병' 사회가 '위드 코로나' 세상을 앞질러 찾아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도를 지키며 성실하게 취재 보도하는 기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 중앙 동아 등 소수의 극심한 사이비언론인들의 분탕질로 인해 마치 기자들 전체가 기레기인 듯한 착시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처참한 시대에 언론현장에서 고뇌하는 후배 언론인들의 고충도 있을 것이다. 언론계 안팎의‘기레기균’방역장치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받아쓰기 베끼기 비틀기 뒤집기 악의적 제목달기 등 현란한‘글기술’을 신들린 듯 구사한다. 조작기사 가짜뉴스의 대량생산체제는 높은 가동율을 자랑한다.

한편으로 성접대와 뇌물을 받았다는 언론인 비리 관련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부동산이 2조 5천억에 달한다는 김의겸의원의 조사내용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오랜 세월 정부의 투기정책과 다주택보유 공직자들을 두들겨 패는데 한점 망설임이 없었다. 최근에는 유가지 부수를 부풀려 광고단가와 정부보조금을 불법으로 챙긴 신문사들의 해묵은 사기행각이 발각되기도 했다. 언론적폐의 천태만상 앞에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언론윤리 위반을 넘어 범죄의 영역에 접어든 만행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 적폐의 공간이야말로 '기레기균'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기레기’가 국어사전에 실리고 초중고 교과서에 등장할 날이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훗날 손자들은 물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왜 하필 그런 더러운 직업에 몸담았어요?” 상상만 해도 두 볼이 화끈거린다.

웬만한 철면피가 아니고는 언론 대수술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언론이 제자리로 가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언론계 자체의 대대적 정화운동이다. 기레기와 적폐를 털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언론계 내부의 뼈를 깍는 자정운동을 회피하면서, 언론계 밖에서 추진되는 언론바로잡기 움직임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우리는 최근 언론정도를 걷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다수 현역 언론인들의 노력에 주목한다. 특히 지난 9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협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5개단체의 공동성명 중 ‘언론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대목에 유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짜뉴스 피해보상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개혁의 작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이 최소한의 처방마저 배척하는 세력의 핵심적 반대이유는 놀랍게도 '언론자유의 위축'이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무자비한 언론탄압 앞에서는 끽소리도 못한 채 오히려 그 억압권력에 부역하거나 동조, 찬양했던 세력이 지금 와서 '언론자유'를 입에 올리다니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그 시절 자유언론투쟁에 나섰다가 무참히 짓밟힌 희생자들이 아직 노안을 부릅뜨고 응시중이다.

이해타산 때문에 국회의 시도는 무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제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된 언론계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일은 결국 촛불을 든 시민의 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쓰레기의 악취를 참는 시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많은 징후들이 언론적폐청산의 마지막 결전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47주년을 맞이한 여든 살 안팎의 동아투위위원들은 그 결전의 대열 가장자리에 모여 촛불 하나씩 밝히기로 다짐한다. 우리 모두의 손자 손녀들은 코로나도 기레기도 없는 청정한 삶터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

2021년 10월 22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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