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벌어진 KBS의 ‘나비부인-기미가요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민 체제 KBS 수뇌부는 오히려 이 사태를 현업방송인들의 편집권과 제작 자율성을 더 강하게 옥죌 빌미로 삼으려 들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새벽 0시에 <KBS 중계석>을 통해 방송된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기미가요가 울려퍼지자, 분노한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KBS 청원 게시판에 몰려가 참담함과 개탄스러움을 표했다. 그러자 KBS 사측은 이례적으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신속한 사과 메시지를 냈다. 그리고 어제(19일) 나비부인 사태를 빌미로 삼아 부사장 주재의 ‘공사 프로그램 제작・편성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TF 구성’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해당 사태의 책임을 제작 실무진에 떠넘기고, 이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와 별도로 개최된 사장 이하 임원회의에서 나비부인 사태를 두고 “제작 자율성을 존중하고 강화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데스킹 기능이 약화되면 안 된다”는 발언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자들이 ‘제작 자율성’ 탓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임원, 국장씩이나 된다는 자들이 자신의 관리 감독 하에 방영되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두고 실무자 책임을 운운하며, 오히려 현업 언론인들의 제작 자율성을 제한해야 한다고 핏대를 높인 것이다. 공영방송 수뇌부들이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틀어 국민들을 능멸하고, 나아가 그 사태를 빌미로 공영방송 내 양심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겠다는 것은 책임전가의 도를 넘은 언어도단이자, 망동이다. 이번 사태는 극우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윤석열의 술친구 박민 취임 이래 벌어진 KBS 내부의 극단적 편향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그 궁극적 책임은 방송장악으로 KBS를 극우 확성기로 만들려는 윤석열 정권과 박민을 위시한 부역자들에게 있음을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류희림 방심위에서도 이례적으로 ‘나비부인 사태’에 대한 신속심의를 결정하고 나섰다. 최악의 정치 심의・검열로 방심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방심위에 다시 내리꽂힌 류희림 위원장이 방송심의규정 제25조 ‘윤리성’을 고려해 신속심의를 결정했다고 믿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외려 정권의 극우 친일 편향에 대한 윤석열 정권과 언론부역자들의 책임을 희석하고 방심위를 동원한 위헌적 국가검열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번 사태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너무 투명하다. 나아가 박민 체제 KBS가, 류희림 방심위가 내릴 졸속 심의 결정을 양심적 방송인들을 탄압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광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공영방송을 통해 친일 역사관을 실어 나르며, 스스로 져야할 책임을 공영방송 내부의 양심적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검열하는 빌미로 악용하려는 행태에 ‘사악하다’라는 말 외에 형용할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 정당성과 언론 자유・검열 금지를 명기한 헌법, 그리고 이를 존중하는 국민들과 대결하려는 당신들 악행의 유효기간은 그리 오래 남은 것 같지 않다. KBS와 방심위 수장의 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박민과 류희림은 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헌법과 국민을 거역하려던 윤석열 정권이 패퇴하는 날, 우리는 당신들의 죄에 대한 책임도 아주 무겁게 물을 것이다.

2024년 8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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