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7일) 서울행정법원(제7부)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1500만 원 과징금 처분이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MBC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자 올 1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 결정을 반영해 MBC에 제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판결의 핵심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루어진 의결이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어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기 위해서는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현재 대통령 추천 2인의 구성은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을 두고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한 의결의 절차적 위법성에 관하여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첫 사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8월 이동관-이상인 체제부터 시작된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줄곧 지적해왔고, 이 주장이 옳았음이 어제 법원에 의해 입증됐다.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면 2인 체제에서 의결된 모든 결정들도 위법하다. 이동관 2인 체제 이래 임명된 KBS, 방문진, EBS 이사와 그에 의해 임명된 사장들의 모든 행태는 불법이다. YTN을 유진그룹에 팔아넘긴 결정 또한 불법이다. 탄핵 소추를 자초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졸속 선임 또한 임박한 항고심에서 위법하다는 결정이 날 것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 외에도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심위를 동원해 저지른 정치표적 심의와 제재 수십 건도 모조리 불법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이진숙 탄핵 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설혹 이진숙이 직무에 복귀하는 일이 벌어진다 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법적인 2인 체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능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무도한 작태로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의 위상과 독립성, 중립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출구는 하나뿐이다.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두 번이나 제안한 국민협의체를 집권 여당이 수용하는 것뿐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라. 각 공영방송사의 특성에 맞춘 이사회 구성 방안과 특별다수제 등 과거 정부여당 의원들이 제안했던 내용까지 총망라하여 머리를 맞대라. 더이상 공영방송을 볼모삼은 언론장악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방통위를 정상화하는 길도 여기에 있다. 누가 권력을 잡든 언제라도 ‘언론장악 위원회’로 개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현행 방통위 체제는 시효를 다했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여야합의 선출 , 방통위원 추천 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위원장부터 위원까지 전부 새로 뽑아  방통위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정권의 잔여 임기 동안 방통위는 단 1초도 기능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들으라.

당신들이 불법과 무리수를 총동원해가며 벌여온 ‘언론장악극’은 다수결과 합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언론장악 공작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들을 거슬러 독재를 획책한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국민협의제 제안을 수용하라. 그렇지 않다면 남은 것은 국민과 언론노동자들의 엄중한 심판과 회복불능의 몰락뿐이다.

2024년 10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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