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백두산 백 장군’ |
(1)
땅에는 오곡이 풍성했다. 산에는 살진 짐승들이 뛰어다녔다. 물에는 고기들이 떼를 지어 한가로이 헤엄쳤다. 창공은 새들의 노래로 채워지곤 했다.
백두산 일대의 사람들은 그것들과 함께 살았다. 배부르고 넉넉한, 한가롭고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2)
어느날 그곳에 가뭄과 기근이 들었다. 세상의 물이 점점 졸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울부짖었다. 사람들도 괴로움과 배고픔을 피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흑룡이 뜨거운 불칼로 백두산의 물줄기를 말려버린 탓이었다. 흑룡은 하늘에서 쫓겨난 악룡이었다. 흑룡의 해코지는 멈춤이 없었다.
(3)
“사람들아, 집밖으로 나와 모꼬지좀 해봅시다! 언제까지 흑룡의 해코지를 견딜 것이오!” 어느날 한 사내가 나와 쩌렁쩌렁 외쳤다. 사내는 “흑룡이 짠 판을 깨자”고 사람들을 부추켰다.
사내의 목소리는 호랑이 같았으며, 몸은 다부졌으며, 눈은 부리부리했다. 사내는 백씨 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호랑이를 백장수라고 불렀다.
(4)
백장수와 사람들은 힘을 모아 말라있던 물줄기를 다시 찾아냈다. 다시 산에는 살진 짐승들이 뛰어다녔다. 다시 물에는 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쳤다. 다시 창공은 새들의 노래로 채워졌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흑룡의 해코지는 더 심해졌다. 가뭄과 기근도 더 심해졌다. 사람들은 살던 곳을 뒤로 하고 하나 둘 떠나갔다. “사람들아, 모이시오, 다시 모이시오!” 사람은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꼈다. 사내의 사는 꼴이 땅불쑥해졌지만 으르릉거리는 호랑이 소리는 멈추지 않고 천지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백기완 선생과 아내 김정숙 여사가 결혼 전 남산에서 찍은 사진(통일문제연구소) |
(5)
그 으르릉 소리를 들은 한 여성이 백장수를 찾아왔다. 그녀가 말했다. “흑룡과 싸우려면 백두산 옥장천의 샘물을 석달 열흘동안 마셔야 하오.” 두 사람은 샘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마침내 두 사람은 샘물을 찾았다. 백장수는 석달 열흘동안 그 물을 마셨다.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샘처럼 힘이 솟는 백장수는 가뿐하게 백두산 꼭대기 정상봉까지 올라갔다. 백장수는 삽으로 열여섯 번 흙을 떠 동서남북으로 던졌다. 그러자 열여섯 개의 봉우리가 생겼다. 흙을 떠낸 자리에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못이 생겼다.
▶전래동화 ‘백두산 백 장군’ |
(6)
어디선가 괴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룡이었다. 백장수와 흑룡의 싸움이 시작됐다. 흑룡은 불칼로 대들었고 백장수는 만근도(萬斤刀)를 휘둘렀다. 둘의 싸움은 더 나음도 더 못함도 없으니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자 여성동지가 나섰다. 여성동지는 단검들을 흑룡에게 던져댔다. 흑룡은 만근도와 단검이 한꺼번에 치고 들어오자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힘에 부친 흑룡은 동해로 내뺐다.
(7)
흑룡을 몰아낸 백장수와 여성동지는 삽질로 파인 못으로 갔다. 못에는 이미 물이 넓고 깊게 차 있었다. 하늘못이었다.
다시 땅에는 오곡이 풍성해졌다. 다시 산에는 짐승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시 물에는 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쳤다. 다시 창공은 새들의 노래로 채워졌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백장수의 모꼬지를 잊지 않았다. 모꼬지를 잊지 않고 후세에 전하고 또 전했다.
(부록)
백장수
백장수 또는 백장군. 백두산 천지 전설에 등장.
흑룡
용암과 화산 등 자연재해를 상징.
여성동지와 뒷얘기
여성의 정체는 공주다. 공주는 꿈에서 신선을 만난다. 신선은 “백두산 옥장천의 샘물을 백장수가 마셔야 한다”고 말해준다. 흑룡을 물리친 백장수와 공주는 혼인하여 하늘못에 수정궁을 짓고 살고 있다. 부부가 하늘못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흑룡은 사람과 백두산을 해코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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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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