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가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을 장관급 정무직으로 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치며, 탄핵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전체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위원들과 국민의힘 간사 1명만 참여했다. 우리는 이번의 갑작스런 방통위법 개정에 대해 여야의 논의과정이나 전문가 의견, 방심위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접한 일이 없다. 여론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 쏠려 있는 사이에 방통위법 개정안을 별다른 논의 없이 기습 처리한 민주당은 입법 독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오만해졌나.

우리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현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민원사주, 셀프심의 등 유사 이래 보지 못했던 극도의 정파적 행태를 보여 왔고, 제도적으로도 현 방심위의 위상과 위원 구성 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방심위원장의 이런 패악질이 청문회나 탄핵으로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이야말로 커다란 착각이다. 오히려 ‘방심위의 국가 기구화’를 뼈대로 하는 민주당의 이번 방통위법 개정안은 최악의 경우 군부독재 시절의 검열기능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며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가 아닐 수 없다.

방심위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초기에 방통위법 제정으로 ‘독자적 사무처를 두는 독립적 민간 기구’로 출범했고, 논의과정에서는 위원장도 민간인 신분임이 강조됐다. 그러나 방심위의 법적 위상은 방심위법이 아닌 방통위법 제5장에 부분적으로 기술되어 있을 뿐이며, 제18조 1항에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둔다”고 되어있듯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출범 당시에도 방심위의 위상과 관련해 정치권의 개입과 그에 따른 언론인들의 자기검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고, 그러한 지적은 그동안의 방심위와 방송의 역사가 증명해 왔다. 실제로 방심위는 말만 ‘독립적 민간 기구’이지 법적으로 방통위의 하부기구로 존재하고, 위원 구성도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상임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방심위 폐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늘 정치권이었다. 따라서 방심위와 관련해 지금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방심위의 ‘국가 기구화’가 아니라, 법적 위상, 위원 구성 등에서 정치권으로부터 확실하게 독립된 전문기구로 거듭나는 일이다.

최근 며칠 동안 많은 국민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렇게 해서 일단 윤석열의 언론장악 기도도 멈춰 섰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 관련 법제와 정치인 및 언론인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 없이는 언론장악은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다.

이제 여야를 막론하고 그간 노정됐던 방송 4법 등 언론 관련 법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ㆍ여야ㆍ시민사회ㆍ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통합적 협의기구를 하루빨리 구성ㆍ운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12월 16일
새언론포럼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