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윤석열 명예훼손’ 첫 공판, 18분 만에 휴정한 이유

▲ 윤석열 대통령과 뉴스타파.

뉴스타파의 대선 후보 검증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재판에 넘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에서도 재판부가 검찰 측의 공소사실에 대해 지적했다. 앞서 세 번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 공소사실에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 나오고 이번 사건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인데 마치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 사건 공소장 같다는 등의 지적이 나와 검찰이 결국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록 당사자인 김만배·신학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발표하던 중 판사가 부적절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검사는 피의자들의 지위에 대해 말하면서 한 피의자의 과거 명예훼손 처벌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자 허경무 판사가 “글쎄요”라며 “명예훼손 사건에서 명예훼손 전과를 말했지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사 발언을 끊었다. 허 판사는 “전과는 양형사유로 저희(재판부)가 반영을 한다”며 “공소사실 요지에서 언급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건 주의해달라”라고 했다.

검사는 이 사건을 “대장동 개발사업을 매개로 형성된 지방 정치 권력자들과 유착관계를 기반으로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독식한 대장동 개발비리의 주범 김만배가 대장동 개발비리 범행을 은폐하고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불법 수익을 빼앗기지 않을 목적으로 언론작업을 벌인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목전에 두고 대선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검은 돈을 대가로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한 범행으로 당시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이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고 유사한 허위보도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2021년 8월말경부터 언론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에 관한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의혹은 대선과 맞물리면서 크게 증폭됐다. 그러자 피고인 김만배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자신과 유착관계에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처벌을 받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2개의 허위 프레임을 날조했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두개의 프레임이 바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공산당 프레임과 상대 후보인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조우형 수사 무마 프레임”이라며 “이 사건 명예훼손 범행에 직결되는 것은 바로 윤석열 후보의 조우형 수사 무마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러자 허 판사는 “글쎄요”라며 “이게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하는데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서 검사의 발언을 다시 끊었다. 그는 “2개의 프레임, 대장동 사업, 대선국면” 등을 언급하면서 “준비기일에서도 이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게 아닌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와 같은 형식의 공소사실이 기재가 돼있어서 수정을 해야된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김만배가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비리용역과 무관하고 오히려 성남시 이익을 위해 공산당처럼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아간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가리킨다. 검찰은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김만배가 만든 허위프레임이라며 공소사실에서 다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허 판사는 “공소장을 변경했음에도 공소사실 요지는 과거의 것(변경 전 공소장)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 재판을 하는 것”이라며 “여기 방청석에 상당수 기자들이 있는데 (검사가) 기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이게 적절하다고하면 이에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제가 공판준비기일에서 말을 많이 해서 양측에 죄송하기도 하고 오늘은 공소사실 요지를 그냥 들으려고 왔는데 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첫 공판을 18분만에 휴정했고, 약 20분 뒤인 10시40분경 재판을 재개했다. 판사는 검찰이 준비한 PPT를 기반으로 한 공소사실 요지 발표 대신 공소장 낭독을 요청해 다른 검사가 공소장을 읽었다.

한편 뉴스타파 측은 이 사건 피해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윤석열이라고 적시했지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없다”며 “본인 입으로 피해를 이야기해야 재판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만약 이번 사건에서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으면 유무죄를 가려내지 못한 채 재판이 종료된다.

앞서 지난 14일자 MBC 보도를 보면 정진욱 민주당 의원실이 대통령실에 ‘처벌불원서’ 제출 문제를 공식질의했는데 대통령실은 “요청 자료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려움을 양해해달라”라고 답했다.

* 이글은 2024년 09월 24일(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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